완연한 가을 정취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달성군에 위치한 인흥마을입니다. 흔히 남평문씨 본리 세거지라고 불리는 전통마을인데요. 인흥마을은 고려 때까지만 해도 절이 있던 곳입니다. 1264년 지금의 포항 오어사에 주석하던 일연스님이 옮겨와 11년이나 머물렀다는 인흥사가 바로 그 절인데요. 옛 인흥사지는 대구광역시 민속문화제 제3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세거지 어귀의 대추나무밭에는 석탑 부재의 일부가 남아있을 뿐 인흥사가 언제 없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하네요. 고려말 중국으로부터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18대손 경호가 약 150년 전 절터의 대웅전 자리에 종택을 짓고 후손을 위해 터전을 닦아 문씨들이 한 고장에 대대로 살게 됐다고 합니다. 현재 70여채의 기와집이 한울 안에 정연히 들어서 있는 이마을은 건축연대가 200년 미만이지만 전통적인 영남지방 양반 가옥의 틀을 지키고 있으며, 세거지 구성과 주위 경관의 조화는 어느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마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은 전부 합해서 아홉채인데 이 아홉채가 우물 정자처럼 가로, 세로로 줄을 맞춰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흥마을은 아홉채의 개인주택이 있고 문씨들의 공공물건이라 할 수 있는 세 채의 건물이 있습니다. 인흥마을의 대표 건물로는 광거당, 수봉정사, 인수문고를 들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수봉정사는 문중 자제들의 배움터이자 학문을 논하던 곳으로 지금도 아름다운 정원을 자랑하죠. 세거지 정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1936년에 수봉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요. 몇 집 되지 않는 마을에서 이 정도 건물을 지었다는 점에서 마을 조성 당시 문중의 경제력과 규모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경주의 안압지를 연상케하는 인흥원은 고풍스러운 운치와 깊은 역사를 바탕으로 대구의 자랑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