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파 가극의 선구자 로시니의 서거 150주년을 맞아 로시니와 이탈리아의 음악을 다루는 〈이탈리안 나이트〉가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이틀간 소프라노 김은주(23일),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재복(24일) 등 국제적인 콩쿠르를 휩쓸며 세계 무대를 제패한 대구가 낳은 예술가들이 참여하게 될 예정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중후한 현의 울림으로 이탈리아의 거장 로시니의 작품을 비롯해 그와 영향을 주고받았던 당대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의 음악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5월, 로시니가 그리던 이탈리아의 낭만으로 떠나보자.

이탈리아에서 온 클래식, 대구의 밤을 물들이다
이탈리아는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역사를 비롯해 미술, 건축, 철학 등에 있어서 커다란 족적을 남겨왔다. 그 배경에는 개인과 국가가 예술계를 후원하는 문화, 메체나티즈모(Mecenatismo)가 있었다. 피렌체에서는 은행업으로 부를 쌓은 메디치 가문이 막대한 사재를 투입해 예술가들을 지원하였고, 베네치아에서는 공공사업의 일환으로 학예를 장려하였으며 가톨릭교회에서도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지속적으로 의뢰했다. 그 결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이탈리아에 르네상스가 도래하게 되었다. 또한 르네상스 말기에 바르디 백작의 작은 방(Camerata)에서 그리스 연극의 부활을 연구하던 소모임으로부터 최초의 오페라인 ‘다프네’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등장한 로시니는 세련된 선율미, 경쾌한 선율 그리고 친근한 주제를 시작으로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과 ‘세비야의 이발사’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이탈리아 낭만 가극 발전의 토대를 다졌고, 이탈리아를 이른바 ‘오페라의 고향’으로 만들었다. 특히 1816년에는 로시니의 또 다른 대표작인 ‘오텔로’가 상연되면서 그의 명성은 순식간에 유럽 전역에 퍼졌고, 당시 음악의 중심지였던 오스트리아 빈에 전해지며 절정을 치닫게 된다. 당시의 문헌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로시니의 인기가 이미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받던 베토벤의 음악을 압도하였다고 하니 로시니의 음악이 얼마나 대단한 평가를 받았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오페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내 기악 부흥 운동이 일어나며 다양한 악기들의 장엄한 음의 향연이 베풀어지는 등 이탈리아의 클래식은 유럽 어느 지역보다도 독보적인 색채를 띠면서도 풍성한 폭을 자랑하게 되었다.

▲ 소프라노 김은주

5월 23일, 로시니의 감흥을 그리는 목소리, 소프라노 김은주
이탈리안 나이트의 첫 번째 밤은 대구를 대표하는 프리마돈나 김은주의 가곡으로 꾸며진다. 김은주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로시니 국립음악원과 테라모 아카데미를 졸업하며 음악적 깊이를 쌓았다. 이후 이탈리아 국제 콩쿠르 Maria Caniglia 우승과 동시에 대중이 직접 선발한 최고 가수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국제 콩쿠르 Citta di Colleferro에서 Franco Corelli의 격찬과 함께 당당히 1위로 우승하였다. 그리고 국립오페라단 주최 ‘마농 레스코’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이래로 그 동안 수많은 오페라에 초청받아 주역으로 출연하며 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도 왕성한 연주와 함께 후학 양성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는 오페라 가수로서, 그리고 로시니의 음악을 배우고 사랑한 사람으로서 극적이면서도 화려한 음색으로 ‘약속’, ‘초대’ 등 그의 대표 가곡들을 부를 예정이다. 그 외에도 로시니의 영향을 받은 푸치니, 베르디의 오페라 가곡과 레스피기, 가스탈돈 그리고 토스티의 작품을 선보이며 이탈리안 클래식 특유의 감흥과 낭만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재복

5월 24일, 묵직한 현으로 낭만을 자아내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재복
이탈리안 나이트의 마지막 무대는 탄탄한 소리와 탁월한 연주가 돋보이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조재복이 맡는다. 조재복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를 거쳐 도독 후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 베를린 국립예술대학, 함부르크 국립음대와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수학했다. 그는 독일 재학 중 체코 브르노 더블베이스 국제콩쿨, 독일 함부르크 엘리제마이어재단 콩쿨에서 2위 입상하며 독주연주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함부르크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객원단원 및 아카데미 단원으로 150회 이상의 유럽투어에 참여하며 연주자로서 기량을 펼쳤다. 함부르크 음대 재학 중에는 두이스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수석, 2014년에는 북독일 라디오 필하모닉 하노버에 수석단원을 역임하며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수많은 합주와 연주 여행에서 하모니의 기반이 되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해왔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이탈리아의 더블베이스 거장 지오반니 보테시니가 콘트라베이스만을 위해 작곡한 ‘더블베이스를 위한 협주곡 제1번’ 등을 연주한다. 또한 오페라 이외에도 실내악 양성에서 힘썼던 로시니가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만으로 구성한 감성짙은 작품 ‘눈물’을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그가 자아내는 중후하고 묵직한 질감으로 이탈리아 클래식의 진한 여운을 감상해보자.

거장이 숨 쉬던 시대를 느낄 수 있는 대구콘서트하우스
실내악 전문홀에서 클래식 강국과 거장의 음악을 지역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연주로 느껴볼 수 있는 챔버홀시리즈를 통해 관객은 먼 땅 대구에서도 거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안 나이트〉는 3월 드뷔시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를 추모하는 시간 〈프렌치 나이트〉에 이은 챔버홀시리즈의 두 번째 공연으로 다가올 9월에는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역사는 짧지만 그들만의 색깔을 구축한 미국 클래식에 집중해보는 시간 〈아메리칸 나이트〉, 그리고 12월에는 겨울 국가 러시아의 정통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러시안 나이트〉가 준비되어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이형근 관장은 “챔버홀시리즈는 클래식 명가와 거장들의 작품을 지역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구현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관객은 연주자가 땀 흘려 준비한 한 음 한 음을 작은 공연장에서 집중해 들으며 한 거장의 음악 세계와 그가 풍미한 시대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공연을 준비하는 소감을 밝혔다.

예매 : 티켓링크 ticketlink.co.kr 1588-7890
       대구콘서트하우스 concerthouse.daegu.go.kr
공연문의 : 053-250-1400(ARS 1번)